에너지자료

방사선 완벽 차단하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준비 시급

원자력발전은 국내 전기의 40% 가량을 담당하며 양질의 전기를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방사능 위험이 높은 사용후핵연료와 폐연료봉 같은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한다는 단점도 갖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는 23기로, 매년 이 곳에서 700톤에 달하는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한다. 1970년대 고리원전 1호기가 가동한 뒤로 지금까지 쌓여 있는 방사성폐기물의 양은 2013년 말 현재 1만 3200여 톤이다. 이들은 모두 원전 내에 임시방편으로 저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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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2019년 한빛원전, 2021년 한울원전이 사용후핵연료 보관량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포화상태가 10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것은 중 간저장이나 영구처분이라는 근본적인 처리 방법에 대한 모색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중간저장은 사용후핵연료를 제3의 기관인 원자력환경공단에서 인수해 처리하거나 영구처분 전까지 일정 기간 저장하는 방법이고, 영구처분은 방사성폐기물을 지하 수백m 깊이에 묻어 영향을 받을 수 없도록 영원하게 격리하는 방법이다.

올해 우리나라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에 대한 논의를 막 시작한 상태다. 그런데 핀란드나 스위스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30년 이상 공론화하고 토의해 국민의 동의를 얻으며 영구처분시설을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사용후핵연료 처리의 모범국가로 통하는 핀란드 사례는 처분장 건설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우리에게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국민 신뢰 듬뿍 받는 핀란드의 온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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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올킬루오토섬에는 세계 최초의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 연구시설인 ‘온칼로’가 있다. 온칼로는 핀란드어로‘은폐장소’라는 뜻으로, 지표면에서 깊이 455m 지하까지 큰 나선 모양의 지하터널(약 9.5km)로 연결돼 있다.

핀란드가 온칼로에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려는 기간은 10만 년이다. 긴 기간만큼 안전에 각별히 신경 썼다. 먼저 방수 성능을 지닌 점토인 벤토나이트를 구멍 바닥에 깐다. 그리고 스테인리스로 밀폐시킨 사용후핵연료를 두께 5cm의 구리로 한 겹 싸서 8m 구멍에 넣는다. 그런 다음 벤토나 이트로 덮는다. 마지막으로 동굴 전체를 콘크리트로 완전히 막는다. 이렇듯 안전한 건설도 중요하지만 온칼로가 가장 주목받는 건 현재까지의 진행 과정이다.

핀란드는 처음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한 1970년대 후반부터 사용후핵연료의 영구처분을 준비했다. 그리고 30년 넘게 공론화 과정을 거칠 정도로 민주적이고 투명한 결정절차를 통해 지역사회의 의견을 수용하며, 국민과 주민의 신뢰를 받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소가 곧 지하연구시설인 스위스의 그림젤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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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는 핀란드보다 빠른 1972년에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1984년 그림젤연구소를 만들어 다양한 지질 연구를 수행하며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장에 적합한 부지를 선정하려고 하고 있다.

그림젤연구소는 지하연구시설로, 고준위폐기물 처리에 적합한 화강암으로 구성된 산 정상에서부터 450m 깊이에 위치해 있다. 차를 타고 1km 길이의 굴 안으로 들어가면 새로운 동굴이 나타나는데, 그 속에서 연구원들이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하기 위한 다양한 암반 실험과 연구를 진행한다. 영구처분장 부지선정의 주 요건은 암반생성 환경, 안전성, 건설 적합도, 지질학적 정보 등이다. 현재 독일과 스웨덴, 핀란드, 프랑스, 스위스, 벨기에, 캐나다 등의 나라는 사용후핵연료를 깊은 땅속에 묻는 방안을 선택해 관련 연구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와 일본 등은 원자력발전소에 임시로 보관중인 상태다.

고준위폐기물 처리를 위한 영구처분시설 시급
올해 7월 경주 방폐장이 가동되며 원전 폐기물의 일부가 이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경주 방폐장은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장으로 작업시 쓰던 장갑이나 의복과 같은 폐기물이 수용 대상이다. 그러나 경주 방폐장으로는 사용후핵연료 같은 고준위폐기물을 처분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는 최근까지 중간저장이나 영구처분 등 방사성폐기물 처리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필요한 시설 규모나 준비기간, 논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기본 방향 설정은 매우 중요하다.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을 만드는 데까지 수십 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늦었다고 과정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안전을 위해 충분한 연구를 진행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으며 영구처분시설을 준비할 수 있도록 탄탄하게 진행해야 한다.